매각 ‘빨간불’ KG스틸 전기로···대금 1000만달러 입금 안됐다 [2024-04-01 ]

“잔금 납입시 반출” 국내 재가동 가능성↓
경영난 여파 5800만달러 내고 기한 못 지켜
해외이전 쉽지 않아…최종 정산 시기 불확실

-KG스틸 전기로 모습.[제공=KG스틸]

KG스틸의 당진 전기로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수에 나선 리버티스틸이 5800만달러를 납입하고도 옵션기한 만기일까지 마지막 1000만달러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재가동이 아닌 해외 반출로 결정되면서 내수시장의 공급과잉 우려는 사라지게 됐다. 리버티스틸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종 잔금 납입과 함께 해외 반출에 나서는 시기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워 보인다.


1일 KG스틸 공시에 따르면 리버티스틸 호주법인(Liberty Primary Metals Australia Pty Limited)과 진행 중인 열연 전기로 관련 설비의 옵션행사가 지난달 29일자로 종료됐다.


리버티스틸은 올해 1월과 2월에 걸쳐 총 2000만달러의 잔금을 KG스틸에 지급했다.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5800만달러를 납부했고 1000만달러의 잔금이 남아 있는 상태다.


리버티스틸은 지난 2022년 11월 KG스틸과 총 6800만달러에 당진 전기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3300만달러의 계약금을 지급했다. 잔금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까지 옵션 행사 기한을 설정하고 미행사시 올해 1월 2일까지 나머지 3500만달러를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국내 부지 임대 등 옵션비용 1200만달러가 추가돼 총 계약금액은 8000만달러로 늘어났다.


KG스틸은 잔금 1000만달러 완납 후 반출 예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진 전기로가 국내에서 재가동 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지난해 3월 한국 법인인 리버티스틸코리아가 설립되면서 리버티스틸이 당진 전기로의 해외 이전이 아닌 국내 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지난 2월에는 계약상대가 루마니아 법인인 리버티갈라티(Liverty Galati)에서 호주법인으로 변경되며 사실상 국내 가동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리버티스틸의 유럽 자회사들이 전기료 관련 분쟁과 원료공급 차질로 정상적인 생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호주법인은 광산업이 본업으로 리버티스틸에 원재료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호주법인이 당진 전기로를 가동할 경우 호주 광산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당진 전기로는 연간 285만톤의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에서 재가동될 경우 포화상태인 국내 열연시장에 적잖은 영향이 우려됐다. 국내 열연시장은 연간 1000만톤 규모이다. 지난해부터 저가 수입산이 늘어나면서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KG스틸의 전기로 설비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종 잔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리버티스틸이 언제 잔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리버티스틸은 지난달 체코 생산법인 리버티 오스트라바(Liverty Ostrava)에 대한 구조조정을 결정하고 생산량을 60% 감축하기로 했다.


KG스틸의 공시대로 당진 전기로가 해외로 반출되면 국내 시장은 공급과잉 우려에서 벗어나게 된다. 리버티스틸이 당진 전기로 인수에 나섰던 것도 유럽의 탄소중립과 탈탄소 요구에 따라 고로 중심의 생산체제를 전기로를 활용한 친환경 생산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심화됐다. 이에 유럽 내 에너지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기존 계획대로 전기로를 갈라티 제철소에 이전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전기로에서 생산된 조강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10년 가까이 중단됐던 당진 전기로가 국내에서 재가동되는 것은 심각한 공급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해외로 설비를 이전할 경우 신규 설비 구축에 버금가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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