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KS H형강···건설 현장 ‘안전’ 사각지대 놓이다 [2024-04-15 ]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시험
중고 H형강 시험기준 굉장히 느슨해
내수 유통 물량 약 60만톤으로 추정
韓 공사 현장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
토목 현장 5306건 중 가설공사 사고 16%
“비KS H형강, 중고 H형강 탈바꿈 집중 관리 필요”


-건축구조용 H형강 [제공=현대제철]


우리나라 공사 현장은 중고 H형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중고 H형강을 사용하는 현장의 H형강 손상 정도는 심각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중고 H형강들이 무분별하게 건설현장으로 투입되고 있는 상황. 안전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이에 중고 H형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상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한국철강협회 자료 및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22년과 지난해 국토부와 건설현장 강재 품질 확보를 위한 합동점검을 시행했다. 합동점검 대부분 현장에서 중고 H형강을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중 절반 이상의 사례에서 ‘비(非)KS 중고 H형강’의 사용이 확인됐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토목 현장의 사고 사례 5306건 중 가설공사에 발생한 사고는 825건(16%)로 집계됐다. 토목의 18개 공종 중에서 가장 많은 사고 사례가 발생하는 위험한 공종임을 사고 사례를 통해도 알 수 있다.


국내 조달청 종합심사제로 발주되는 대부분의 토목, 건축 공사의 경우 중고 H형강을 사용해 가시설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사비와 관련한 여러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약 6~12개월 정도 존치하는 가설 공사의 경우 공사비 절감을 위해 중고 H형강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와 관련된 설계기법도 있다. 중고 H형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에 의거 사용하는 강재에 대해 품질시험을 해야 한다.


중고 H형강에 품질시험을 하는 이유는 현장에 반입되는 중고 H형강의 대부분이 이미 수차례 사용된 것이기 때문. 안전을 위해 H형강의 강도와 관련한 특성 확인이 필수적이다. 현행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의 중고 H형강 시험기준이 굉장히 느슨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중고 H형강을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유통업체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이런 실정에 대해 알고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에 사용되는 중고 H형강의 규격은 대표적으로 H300x300x10x15와 H298x201x9x14 2개 규격이다. 현재 이들 규격의 중고 H형강 내수 유통 물량은 약 60만톤으로 추정된다. 중고 H형강을 유통·임대하는 회사들은 물론 건설사들도 야적장을 두어 보존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중고 H형강 관리를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중고 H형강이 어디서 제작된 제품인지. 또는 강재의 주민등록증인 ‘MTC(Mill Test Certificate)’ 등 해당 중고 H형강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확인 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일본은 관리는 철저하다. 중고 H형강을 유통, 임대하는 회사들의 경우 제조사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여 사용하고 있다.


국내 H형강을 제조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H형강 플랜지(H형강의 상·하부)에 현대제철은 HS, 동국제강은 DK 양각을 압연시 3m 간격으로 마킹한다.


국산 KS 중고 H형강의 경우에는 해당 양각 마크가 존재한다. 현장에서 육안으로 중고 H형강이 KS인지 비KS 인지 현품으로 확인하는 경우 해당 양각을 확인하면 된다.


문제는 비KS H형강과 KS H형강에는 기계적 특성(강도)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계적 특성 차이로 인해 KS스펙으로 설계된 현장에 비KS H형강이 설치되게 된다면, 구조물 붕괴의 우려가 있다.


국내에 사용되는 대표적 중고 H형강 2개 규격의 비KS H형강 수입실적은 아래와 같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국내에 누적된 비KS H300x300과 H298x201의 물량은 12만5000톤에 이른다.


해당 물량은 토목·건축공사 가설 공사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2022년에 1차로 사용된 강재는 현재까지 중고 H형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KS스펙으로 설계된 토목·건축 현장에 비KS H형강을 사용하는 것은 감독과 감리의 관리하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비KS H형강이 중고 H형강으로 탈바꿈한다면 언제든 현장에 손쉽게 쓰일 수 있어 이를 사용할 때 현장의 집중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H형강으로 지어진 남극 장보고기지 [제공=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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