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쇄빙LNG선을 FSRU로? “불가능…현실성 없어” [2024-04-16 ]

러시아 제재로 계약해지 이후 새주인 찾기 어려워

전 북극해 프로젝트 관계자 “개조가 유일한 대안”

쇄빙선 특성에 대한 이해 필요…재매각 지속 추진

-한화오션이 건조한 쇄빙LNG선 ‘크리스토프 데 마제리(Christophe de Margerie)’호 [제공=한화오션]

러시아 제재로 계약이 취소된 3척의 쇄빙LNG선에 대해 한화오션이 새주인을 물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극해 기후에 특화된 선박을 다른 지역에 투입할 수 없는 만큼 FSRU 등으로 개조를 통해 판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지적인 만큼 한화오션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쇄빙LNG선을 원하는 선사를 찾아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6일 EBN 취재와 외신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아크(ARC)7 등급의 쇄빙LNG선 3척 건조를 위한 마무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길이 299m, 폭 50m에 최대 2.1m의 얼음을 깨고 운항할 수 있는 이들 선박은 지난 2020년 10월 러시아 소브콤플로트(Sovcomflot)로부터 수주했으나 이후 러시아 제재로 건조대금이 미납되면서 계약이 취소됐다.


쇄빙LNG선은 북극해에서 생산되는 액화천연가스를 운송하기 위한 선종으로 일반 선형과 달리 영하 50도 이하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기후에서도 빙하를 깨면서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께 70mm의 초고강도 특수강판이 적용된 선미와 선수는 동일한 형태로 제작됐으며 360° 회전이 가능한 3기의 ‘아지포드 스러스터(Azipod Thruster)’를 장착해 어느 방향으로든 운항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모든 장비가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최적의 방한처리기술과 특수 추진시스템 및 연료공급장치가 적용됐다.


특수한 선종인 만큼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이들 선박은 수주 당시 척당 선박가격이 3억달러에 달할 만큼 선박 가격도 높은 수준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2020년 17만4000㎥ LNG선은 1억8600만달러에 발주가 이뤄졌다. 일반적인 LNG선에 비해 쇄빙LNG선은 60%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선이다.


하지만 러시아 제재로 북극해에 투입되지 못하게 되면서 이들 선박의 새 주인을 찾는 것도 힘들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강도 특수강판이 적용돼 더 무겁고 방한처리기술 등이 적용된 이들 선박을 일반적인 LNG선이 운항하는 항로에 투입한다면 이는 상당한 과잉스펙이 된다”며 “선가 자체도 높기 때문에 수요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선박의 재매각 방향을 두고 쇄빙LNG선이 아닌 LNG-FSRU(FSRU,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나 FSU(부유식 저장설비)로 개조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야말(Yamal)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LNG 시장 전문가 메디 투일(Mehdy Touil)은 최근 한 웨비나에서 “고가의 이들 선박은 러시아의 어떤 북극해 프로젝트에도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FSU 또는 FSRU로 개조하는 것 외에는 이들 선박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라고 일축하며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후 LNG선을 FSRU로 개조하는 사례가 있긴 하나 선형 자체가 다른 쇄빙LNG선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새로 건조하는 수준으로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비용 자체도 추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FSRU의 가격은 3억6300만달러로 일반적인 LNG선보다 약 1억달러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쇄빙LNG선을 FSRU로 개조할 경우 전문 조선소 섭외와 재기화설비 발주 등으로 건조비용은 더 높아지고 건조기간도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쇄빙LNG선을 FSRU나 FSU로 개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고려도 하고 있지 않고 검토한 바도 없다”며 “비용 및 건조기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술적으로 개조 자체는 가능하나 한화오션이 개조를 전문적으로 하는 조선소도 아니고 이를 원하는 선사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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